Exhibition

구기정, 〈Coagulation〉(2022)
Gijeong Goo, Coagulation (2022)
박고은, 〈트리오 A〉(2024)
Goeun Park, Trio A (2024)
신승재, 〈소리심기〉(2024)
Shin Seungjae, Seeding sound (2024)
소수빈, 〈Vivisystem〉(2021)
So Soo Bin, Vivisystem (2021)
서상희, 〈Between_(가상)정원〉(2024)
SEO Sanghee, Between_(virtual)garden (2024)

구기정

구기정, 〈Coagulation>, 2022, 단채널 4k 비디오, 폴리카보네이트 리어스크린, 스테인리스 조형, 빔 프로젝션, 가변크기, 7분 30초

구기정은 실재하는 자연 풍경을 디지털 기술로 가공하고 이를 물리적 공간에서 감각 가능하도록 배치하는 작업을 시도하며 인간과 기계, 자연 사이에서 발생 가능한 관계들에 주목한다. 〈Coagulation〉는 실제 이끼, 숲, 잔디 등을 매크로 렌즈,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한 후 3D 렌더링 기술로 합성, 왜곡하여 생성한 디지털 이미지, 살아있는 잔디, 반원의 조형물로 구성된 혼합형 설치작업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디지털 이미지의 자연은 실제 자연보다 더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증강된 모습이다. 작가는 영상을 보는 이로 하여금 실존하는 이미지인지 혹은 디지털로 생산된 이미지인지 교란을 일으켜 딜레마 상태에 빠트리며 일종의 ‘몰입-딜레마'를 선사한다. 관객은 바닥에 펼쳐진 살아있는 잔디를 직접 밟고 그 위에 놓인 반원의 조형물을 몸으로 체험하며 스크린 속 증강된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다. 작가가 구축한 몰입 환경은 몰입감과 동시에 이질성을 인식할 수 있는 잠재적 균열의 순간들을 창출한다. 실제 자연과 디지털 이미지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균형은 실제와 가상의 경계에 대한 사유를 경험하게 한다. 관람객은 현실과 가상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신체를 마주하고 본래의 이미지가 관념을 자극하는 방식을 되돌아보며 동시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마주한다.

* 작가는 ‘변위 지도’라는 기술을 통해 사진 이미지의 정보를 활용하여 이미지의 사실적인 질감을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한다. 변위 지도(displacement mapping)는 사진 이미지 정보를 활용하여 평면 이미지의 밝은 부분은 튀어나오게 하고, 어두운 부분은 들어가도록 계산해서 입체적인 높낮이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박고은

박고은, <Trio A (트리오 A)>, 2024, 지상파 레이저 스캔자료, 2채널 영상, 약 10분

박고은은 움직임과 공간의 관계를 기록하는 인포메이션 디자인, 데이터 시각화, 패턴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두며 서울과 암스테르담에서 작가 겸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Trio A (트리오 A)>는 지상파 레이저 스캐너(TLS)로 기록한 나무의 미세한 움직임 데이터를 그래픽으로 재구조화한 영상 작업이다. 작품은 과학자들이 자연 식물의 움직임을 관찰, 기록할 때 사용하는 데이터들의 색깔, 형태, 구조에 주목한다. 나무의 움직임을 과학적인 수치, 데이터로 기록한 스캔 파일은 인공적인 정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수만 개의 포인트 클라우드가 숲처럼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있다. 작가는 식물의 연속된 움직임을 구성하는 각각의 제스처를 분석하고 시스템화하여 움직임에 대한 형태를 만들고 그것들을 조합하여 그래픽으로 만든다. 자연의 ‘몸짓(Gesture)’의 의미에 주목하며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보이는 것들, 미세한 움직임, 자연의 생명력에 주목한다.

* 지상파 레이저 스캔 데이터 출처: Eetu Puttonen, National Land Survey of Finland

지상파 레이저 스캐너는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움직이는 나무, 물, 대지와 같은 자연을 시각적으로 기록하는데 쓰이는 3D 스캐너의 한 종류이다.

* 영상 텍스트 출처: The dignity of living beings with regard to plants, (Federal Ethics Committee on Non-Human Biotechnology (ECNH)

영상은 2016년 8월 24일, 핀란드에 있는 단풍나무가 해가 뜨고, 지는 시간 동안 스스로 움직임이는 모습을 스캔한 43개의 데이터 파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데이터 파일은 약 16,000개의 작은 포인트 클라우드로 이루어져 있다. 해당 영상의 모든 그래픽은 Cloud Compare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만들어졌다.

신승재

신승재, <소리심기>, 2024, 알루미늄 프레임, 8ch 스피커, 화분, pcb, 220x400x300cm

신승재는 자연의 키워드를 가진 다양한 매체들을 활용하여 음소재를 만들고, 컴퓨터를 통하여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작곡한다. 그는 작곡이라는 형태와 컴퓨터 음악이라는 방식을 통해 입체 음향이라는 기술을 조명한다. <소리심기>는 살아있는 식물과 미세전류 센서, 스피커로 구성된 인터렉티브 오디오비주얼 설치작업이다. 관람객이 식물과 접촉했을 때 식물 세포가 감지하여 측정되는 데이터는 작가가 설계한 입체음향 시스템에서 작곡의 구성 요소로 활용된다. 작품은 관객의 물리적인 접촉과 소통에 따라 생성된 식물의 사운드가 입체음향 시스템에서 전개됨에 따라 구체화된다. 작가는 식물과 관객과의 물리적 접촉으로 생겨난 입체적 사운드를 ‘씨앗’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표방한다. 작품 관람을 마친 관객은 ‘씨앗’을 다시 작품의 화단에 심는 행위로 전개되는데, 이는 생태계 식물의 종이 다양하게 변하고, 퍼지듯 ‘심기’가 되풀이되어 관람객의 지각을 확장됨을 시사한다. 식물과 관객의 관계맺음이 계속됨에 따라 데이터는 축척되어 연속적으로 새로운 구조의 사운드가 창발한다. 사운드의 형태와 구조는 작품과 관객의 관계 속에서 조절되고 변조되면서 형태화된다.

소수빈

소수빈, <Vivisystem>, 2021, 식물, 마그넷, 코크, LED조명, 120x120cm, 3ea

소수빈은 환경에 의해 변형된 식물 변이에 관해 연구하며, 이동성이 없는 식물에게 기계와의 결합을 통해 이주의 자유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작가는 ‘미래의 공-존 시스템’에 대해 논의하며 기계+생명의 형태가 미래 환경에 어떤 논의를 불러일으킬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Vivisystem>은 관람객이 직접 식물의 이동을 개입하여 현 생태계의 모습을 구현하는 인터랙티브 설치 작업이다. 살아있는 식물과 인공식물을 손으로 터치하여 자신이 원하는 모양으로 연출하며 놀이라는 감각적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자성으로 반응하는 두 이질적인 자연적인 요소를 자유자재로 이동시키는 과정 안에서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허물어진다. 궁극적으로 식물은 실체적으로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기술,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준안정적으로 변형되는 존재임을 시사한다. 검은 평면 위에 인공 식물과 실제 식물을 뒤섞여 있는 모습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과 자연 그대로 태어난 것들이 섞여 다양한 이주 경로를 통해 움직이며 공존하는 현 생태계를 상기한다. 작품명인 비비시스템(vivisystem)은 ‘태어난 것들과 만들어진 것들’을 포괄하는 용어로 하나의 혼종된 생물계의 현상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살아있는 식물과 인공식물을 직접 평면 위에서 이주시키며 적극적으로 식물의 이주(이동)에 개입하게 된다. 이는 유전자 변형을 통해 식물의 본래의 모습(종)이 사라지거나 이종으로 거듭나는 등 생태계의 질서를 질서가 무분별해지는 현실을 재고한다. 기술의 시대에서 식물의 존재성, 생태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재고한다.

서상희

서상희, <Between_(가상)정원>, 2024, 식물, 4채널 영상, 가변설치, 3분 30초

서상희는 현실과 가상, 디지털과 아날로그와 같이 서로 구별되는 것 간의 경계들이 만들어내는 다른 공간, 그리고 서로 다른 것이 만나 충돌하여 생성되는 에너지와 사건, 무한한 중첩된 가치들에 주목한다. <Between_(가상)정원>는 아날로그를 상징하는 자연의 오브제인 식물을 다양한 높이로 배치하고 디지털의 대표적 요소인 컴퓨터를 활용한 인공적 빛과 회화적 표현이 가미된 영상 이미지를 결합한 영상 설치작업이다. 작품은 실제 살아있는 식물과 작가가 상상한 식물들이 한 공간에 머무르면서 가상의 정원을 구축한다. 감각적 체험은 가능하나 물리적 존재성은 지니지 않은 가상현실과 실제로 존재하는 특정 공간의 경계에서 관객은 몰입, 경험, 연결을 경험하며 실재와 가상이 연결되는 어떤 지점에 진입하게 된다. 가상과 현실이 만나는 경계 지점에서 작품 속 가상 식물은 실제 식물과 만나 불투명해지고 식물에 투사되는 이미지는 실제 식물에 변형을 가하여 또 다른 자연의 모습을 형성한다. 이때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서로 구별되는 것 간의 경계이다. 서로 다른 요소들이 만나 충돌하여 생성되는 어떤 퍼텐셜 에너지에 시선을 두며 이때 발생하는 틈 사이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미적 경험을 모색한다. 작품은 디지털 미디어의 차가운 속성에 자연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주입된 가상 정원 안에서 새로운 관계성을 발견하는 사유를 확장한다.